[다큐] 다큐멘터리 3일 - 시속 100km, 쉼표를 찍다. 난지 캠핑장의 여름



다큐멘터리 3일 - 시속 100km, 쉼표를 찍다. 난지 캠핑장의 여름


20세기 후반 '난지' 라는 이름은 더러움의 상징이었다.
1978년 쓰레기 매립지로써 활용되기 시작한 이후 난지도는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위한 장소였다.
누구나 기피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장소가 21세기를 넘어오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공원들이 개발되었으며 난지 또한 개발 대상이 되었다. 한강을 중심으로 산재되어 있는 13개의 한강공원 가운데 두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대폭적인 변화를 이뤄내었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시설들을 갖추게 되었다. 악취와 더러움은 사라졌다. 과거 [택리지]에도 좋은 풍수환경을 지닌 땅으로 기록되었었고, 쓰레기 매립지로 활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깨끗한 물과 동식물들이 살기에 합당한 곳이었다고 하니 이런 변화는 그냥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보여진다.


공원 내 여러 시설이 있는 듯하나 그 가운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캠핑장 인 듯하다.
도심 속의 캠핑장.
왠지 서로 모순되는 단어들의 조합에서 흥미가 일어난다. 이러한 흥미에서 출발한 것인지 모르지만 카메라는 3일 동안 이 장소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사연으로 이곳에 모이게 된 사람들의 모습이 렌즈에 잡혔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앞만 보며 내달리던 사람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서 교차점을 찾지 못했던 이들이 이 곳에 모여서 멈춰섰다. 그제서야 속도가 다르고, 방향이 다르던 이들이 서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쉼터라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 단순히 쉬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관계를 다시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그런 장소말이다. 어머니와 함께 온 아들, 방학을 맞이하여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온 고교생들, 평소 얼굴 맞대기 힘든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등 각자 다른 사연을 안고 캠핑장을 찾았지만 그들에게선 세대를 뛰어넘는 교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교류하기 힘들었던 이들이 세대를 넘어 화합하는 모습은 참 훈훈했다. 특히 집보다는 불편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연신 입가를 떠나지 않는 어르신들의 미소는 더 귀한 것으로 보여졌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현재 나의 속도는 느리지만 가족과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어도 정서적인 일치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그나마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 조금 위로가 될 뿐이지. 숨통이 조금 트인다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이런 캠핑 장소를 찾아볼까. 거리 상으로도 가까워 부담도 덜하니. 더 이상 미루진 말아야 할텐데.


한정된 장소에서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3일'은 여름철에 대한 의식을 했던 것인지 지난 주에 이어서 '좀 쉬자!', '좀 천천히 가자' 를 말하고 있었다.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난 좀 달려야 할 것 같은데. 하핫.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