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KBS드라마스페셜 - 비밀의 화원, 시간이 짧다.


KBS 드라마 스페셜 - 비밀의 화원

문준하
하무수
백진희/ 민지/ 이동규



영화든 드라마든 국내에서 발표된 작품 가운데 여고생의 감수성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고괴담 2' 였다. 공포영화라는 탈을 쓰고 등장했지만 '공포' 라는 장르적 특성을 오히려 여고생의 세밀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심리를 표현하는데 활용하여 유사한 소재를 다룬 작품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여겨질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줬었다.


기림은 출판사 면접을 보기위해 길을 나서고 있었다. 원래 소설가를 지망하던 그녀에겐 뜻하지 않는 방향이었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타협을 종용했다. 그리고 기림은 그 길에서 고등학교 때 단짝인 여진과 문학부 지도선생이었던 종학을 만나게 되었다. 민지의 고등학교 생활을 비참하게 마무리짓게 만든 두 사람과의 만남은 그녀로 하여금 다시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데......




여고생의 심리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에 문득 위의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 드라마도 그런 애잔함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가 앞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두 여고생의 심리는 오해로 점철된 채 솔직하지 못한 모습만을 보여줬다. 원래 이 이야기의 본질이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제대로된 소통을 이루지도 못한 채 오해받는 이의 애절함만을 강조한 모습은 쉽사리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다.


초반 기림이 여진의 원고를 받으면서 플래쉬 백 되는 화면을 보면서(원고의 제목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원고에서 짜여진 이야기를 통해 기림과 여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액자 형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인가? 하고 흥미진진함을 느꼈다. 그런데 아쉽게도 플래쉬 백은 그냥 플래쉬 백이었다. 그리고 기림을 통해 회상되는 장면들은 그대로 기림의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3인칭 관점으로 시청자를 위해 준비된 장면들이었다. 뭐, 그렇게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겠지만 회상의 입구와 돌입한 이후의 갑작스런 인칭 변화가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현재 - 과거 - 현재 - 과거의 구조로 짜여진 내러티브는 이야기의 개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여겨지지만 인상적일만큼 참신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터였다.



그렇게 돌입한 과거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거나 획일적인 이미지로 보여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몫은 배우에게 돌려봐야겠다. 현재에서 과거로 플래쉬 백되어 보여지는 모습에서 분명 차이가 느껴질 순 있는 것이지만 성인에서 여고생으로 전환되는 모습에서 민지의 모습은 좀 과장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반면에 여진은 한결 같은 이미지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느낌을 받았다. 계춘빈처럼 아예 '난 이런 캐릭터야~~' 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색함은 더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여고생이라는 설정과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 일방적인 형태로 오해를 야기시킨 설정은 나름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유먕주로 점쳐지는 신인 여배우들이 나오잖냐.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고 봐야지. '브로크백 마운틴' 포스터가 등장하자마자 한 숨이 나오긴 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여고생 캐릭터의 심리를 드러내기위해 일부분 단순화시킨 부분이 있었지만 단편 드라마로 즐기기엔 무리가 없었다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계속 신인 여배우를 등용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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