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진중권의 이매진 - 다르다는 것은 소통의 벽이 아니다


진중권의 이매진 Imagine (2008)


진중권
씨네21북스



이 책은 진중권이 씨네 21에 기고한 칼럼을 묶어서 내놓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기획된 책만큼의 일관성이나 통일된 특성을 보이고 있진 않다.
그나마 미학자로서의 전공을 바탕으로 접근한 영화평론이기에 '이매진 Imagine' 이라는 단어로 묶어놓는 것은 가능했다. 다뤄진 영화의 선정에 대해선 저자는 우연이었다고 말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주얼에 대한 비중이 높거나 이미지에 대한 해석에 비중이 실릴 법한 영화들이었다고 보여진다. 그냥 접근방법에 따른 차이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그 평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니,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서 만장일치로 그 평가에 동의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으니 여전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평가를 내리는 것은 주관적인 것으로서만 그 가치를 존중해야하고, 무시당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바탕으로 20세기와 21세기의 경계에 서있는 이 저자의 평가를 받아들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사용하는 단어, 어법 등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냥 그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했을 것이라 판단했고, 독자의 입장은 분명 그의 입장과 다른 것이니까. 21세기에 들어와서 논객으로 이름 높이는 그가 소통을 고려하지 않았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 역시 좀 더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단순히 용어에 대한 이해 문제라고 한다면 사전만 있어도, 인터넷에 접속하기만해도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니 소통을 막는 큰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나 역시도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충분히 검색하면서 이해를 도울 수 있었으니. 하지만 무작정 그가 그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글도 대상 영화에 따라서 사용하는 어휘가 차별적이었는데, 좀 더 대중적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는 좀 더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곤 했다. 사실 문장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도록 구사한 것은 아니다. 문장의 이해 여부는 온전히 작가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속되지 않은 문장을 통해서 소통을 시도한 것은 어차피 일방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대에 대한 믿음인 것이기도 하니까. 책의 선택은 어쩌면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가 이야기한 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시야를 공유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 인문학적 소양이 깊지 못한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니 누군가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하든지 간에 나와 다르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서 이미지가 어떤 의미이고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은 나의 입장에선 색다른 것이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깨의 힘을 빼자. 인식의 고루함을 타파해보자. 정답을 찾으려하지 말자.
진중권이라는 유명 지식인이 말했다고해서 그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무시할 생각도 없다. 총 37편의 영화에 대한 그의 글은 진지했다. 그리고 분명 배울 점도 있었다.
어째 이야기를 하다보니 책에 대한 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난 이야기를 했다만, 그의 글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심 튀틀어진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각자가 느끼는 사유는 분명 있을테지만.
이제와서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다른 이가 표현하는 진지한 시선이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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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진중권의 이매진 - 8점
진중권 지음/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