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외딴섬 퍼즐 - 고전을 즐기는 맛


외딴섬 퍼즐 (2008, 1989)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공사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전작 '월광게임' 에서 화산이라는 제한된 환경을 것과 유사하게 고립된 섬이라는 환경을 배경으로 퍼즐과 사건이 얽혀있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5억엔의 다이아몬드가 숨겨져 있다는 설정과 슬픈 과거와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점 등은 고전적인 향취를 풍기기도 하니 취향에 맞는다면 즐거운 감상이 될 수도 있겠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2학년이 되었고 그가 속한 추리소설연구회는 아리마 마리아라는 여성 부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마리아는 부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 평상시 퍼즐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가 숨겨놓은 다이아몬드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에가미 선배와 아리스만 마리아와 함께 섬을 향하게 되었다. 섬에는 마리아의 가족들이 휴가 차 방문해 있었고, 에가미와 아리스, 마리아는 느긋하게 여가를 즐기며 퍼즐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분위기도 잠시, 밀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폭풍과 무전기의 고장으로 인해 섬은 고립되게 되었다. 게다가 살인사건은 연이어 발생하게 되는데...


언급한대로 고립된 섬을 통해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활용한 작품이다. 전작에서는 배경과 캐릭터를 통해 조금은 차별화된 이야기를 보여줬지만, 이번 작품은 작품 자체가 고전의 오마쥬로 보일 정도로 고전적인 도구들을 많이 활용하였다. 보물이 숨겨진 섬, 어떤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의 재모임, 트릭으로 활용되기 쉬운 섬의 구조, 보물과 관련된 퍼즐 등의 요소들이 현 시점에 고전을 재구축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물론 오래되고 자주 접했던 특성들이라고해서 식상함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정서적 안정감과 검증되어 무리하지 않는 설정 속에서 비약없는 논리전개가 가능하기도 하다. 뭐, 독자들의 제각기 다른 취향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긁적.


이처럼 특정 요소들을 포함하면서 꾀한 고전의 재현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만한 가치이긴 하지만 몇 몇 특징들은 앞서 언급한 특성들과 무관하게 관심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어보인다. 그 중 하나는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인 '직소 퍼즐' 에 대한 것이다. 보물과 관련된 퍼즐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을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직소 퍼즐' 의 개념을 확대 적용시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번뜩임과 착각을 일으키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닌 세밀한 관찰력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직소 퍼즐' 을 풀기 위한 특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점은 외부에서 작품에 접근하는 독자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다. 천재적인 능력이 없어도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공정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캐릭터에서 발견되는데 이 점은 전작과 차별을 이루는 점이기도 하다. 바로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에가미 지로에 대한 것으로 단순 해결사로만 주목을 끌었던 전작에 비해 이 작품에선 그에 대한 다양한 묘사들이 이뤄지고 있어서 캐릭터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는 여성 팬들이 종종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인즉슨 그에게는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논리적인 사고를 가능케하는 냉철한 면과 함께 배려를 통해 보여지는 감성 또한 지닌 인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자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탐정이라고 보여질수도 있는데,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캐릭터라기 보다는 인간적인 특성을 물씬 풍기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뒷 편에 실린 작품해설은 다소 지나칠 정도로 에가미 선배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지만 그럴만한 가치를 보이고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고전적인 이미지는 취향에 따라 그 평가는 갈릴 수 있으나 원래 본격 추리소설을 추구하고 있는 작가의 성향을 고려해본다면 기대 외에 것이라고 생각할 것도 아니다. 트릭이나 장치가 없어도 미스터리는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를 논리적 사고만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은 적절한 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통용될 수 있을 법하다. 가끔은 고전에 대한 향수를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날도 더운데 너무 머리싸매고 있진 말자. 후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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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외딴섬 퍼즐 - 8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