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붉은 벽돌 무당집 1, 2 - 순간적인 전율을 바란다면,


붉은 벽돌 무당집 1,2 (2009)


양국일/ 양국명
청어



인터넷이 활성화된 이후로 출판의 기회는 무척 다양해졌다. 등단의 기회가 꼭 공모전이나 유명 문학지, 신문 등을 빌어서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목소리'의 주체는 바뀌게 되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언하던 지식인들은 은거하게 되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렇게 발언권의 주체가 지식인에서 대중들로 옮겨가게 되었고 그러한 다양한 목소리의 영향을 받게 된 문학계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밖에 없게되었다. 우리가 현재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소설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 덕분일 것이라 보여진다. 뭐, 이미 전문가들이 짚어낸 사실이고 원래 이 얘기를 하려 했던 것도 아니니 여기까지. 사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능력도 안된다.


이 책의 출처는 회원 수 3만여명을 자랑하는 인터넷 카페이다. 책 제목의 출처이기도 한 '붉은 벽돌 무당집'이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다. 기존 공포문학에 대한 감상도 공유하고 창작도 겸하는 카페로써 운영진이기도 한 저자들이 카페에 올린 글을 모아서 출판하게 된 것이 이 책이다.

1권
- 귀신이 쓴 책
- 공포의 방문객

2권
- 흡혈귀의 밤
- 위험한 동화
- 나의 피투성이 하루
- 딸기우유를 마시는 소녀

1편의 장편과 5편의 중단편의 글이 2권의 책에 나뉘어 실렸다. 기존에 나온 공포소설 단편집의 규모를 생각하면 굳이 2권의 책으로 출판될 필요는 없을텐데, 라고 생각은 들지만 요즘 다수의 장르소설들이 선택하는 B6 판형으로 나온 것이라 접근성만큼은 좋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판형의 선택은 상업적인 이유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쨌든 선택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형태를 갖춘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담겨진 6편의 글은 직관적인 형태로 독자에게 공포를 안겨준다. H.P. 러브크래프트가 고전적인 문체로 감성을 뒤흔드는 공포를 안겨준 것과는 분명 다르다. 두려움을 주는 요소가 직접적으로 묘사되고 시각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문장들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유도된 상상력을 즐기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글의 의도만큼 몸이 반응하진 않았지만 적당한 간격을 두고 스릴을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각적인 묘사가 괜찮은 편이어서 글에서 보여주는 상황을 쉽게 이미지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지 않았나 싶다. 마치 원래는 영상화를 위해 쓰여진 글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들었거나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 글이 '무엇'보다는 '어떻게'에 더 비중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이들게 만들었다. 가장 이목을 끄는 글인 '귀신이 쓴 책'은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병렬로 끌어가면서 차별화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사실 지금은 그런 구성상의 특성이 더 이상 참신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시대이니 글의 참신함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유혈이 낭자하고, 귀신이 등장하는 등의 직관적인 형태로 공포를 주는 것은 순간적인 감정적 흔들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순간이 지나가면 그 감정은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바로 휘발되고만다. 물론 취향에 따라 장단점을 논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어쨌거나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글이었지만 책을 덮는 순간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우선 반갑다고 해야겠다.
'황금가지'에서 매년 '한국 공포소설 단편집'을 내고 있고, 오랜동안 공포소설을 즐겨온 마니아 층을 통해서 창작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공포문학은 마이너한 입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 땅에선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대중들의 목소리로 이처럼 출판되는 책을 보게되면 이유 불문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이처럼 대중의 일원으로 실체화된 개인의 관심이 다시 대중으로 피드백되는 모습은 현재가 지향하고 있는 미래의 초안일 듯하다. 그리고 점점 치밀해지고 신속해지는 웹의 진화는 이런 반가움을 언제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소통의 발전은 소외를 타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던가. 더 이상 외로워할 필요는 없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 3권이 연이어 출간될 것으로 보였는데 카페를 방문해보니 연재되던 글도 길게는 1년, 최소 6개월 전부터 중단된 상태이고 드물게 회원들의 단편 정도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활발한 커뮤니티를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붉은 벽돌 무당집 1 - 6점
양국일.양국명 지음/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