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

교코쿠 나츠히코의 소설 '우부메의 여름' 에 보면 뇌가 특정 정보를 받아들여도 특정 상황에 따라 그 정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의 설명이 나온다.
즉, 사람이 오감을 이용해서 어떤 사실을 접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것.

책을 읽을 당시에는 그냥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어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 무척 신기했다.

난 어떤 지인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덧글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 덧글은 포스팅 내용과 관련된 질문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질문을 남겨놓으면서 블로그의 주인이 합당한 답변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몇 시간 후.
난 다시 블로그를 방문했고 꽤 여러 줄로 남겨놓은 답변을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그 답변에 만족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방문한 블로그엔 내가 읽은 답변 외에 다른 덧글이 달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덧글을 보니 블로그의 주인이 남겨놓은 덧글이 아닌가?? 내용도 내 질문에 잘 답변해준 것에 감사하는 내용이었다. 어????
그제서야 내 질문에 답변을 해준 사람이 다른 이라는 것을 알았다.
분명 덧글의 아이디와 내용을 꼼꼼히 읽었는데 나는 줄곧 지인이 답변을 해준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것을 누군가 지적하고 나서야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자신은 당연히 내 질문에 블로그 주인이 답변을 해줄 것이고 그렇게 해줄 것을 기대했었다. 다른 경우는 생각지 못했다. 나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특정인에게 질문했던 것이니까.
(물론 질문의 특성이 특정인과 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질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답변을 보았을 때 난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보고 내가 답변을 기대하던 그 사람이었구나 라고 자연스레 판단한 것이었다.


상식이란 것,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로 인해 내 스스로를 한계지어온 것이었구나 생각하면....참.
어.
쓰다보니 인체의 신비가 되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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