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스트 라이터 - 묵직한 문장과 리듬있는 내러티브


고스트 라이터 The Ghost (2008, 2007)

로버트 해리스
랜덤하우스코리아


현재 개봉 중인 '유령작가' 의 원작 소설.
최근 영화 개봉과 더불어 원작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 모양이다.


호기심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인간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 그나마 자신에 대한 위협과 맞닥뜨렸을 때 발생하는 갈등은 글을 통해서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만큼 표현될 것인가. 누군가는 작품 속의 캐릭터를 현실 속의 인물에 투영시켜 보다 거대한 의미를 재창조하려고 하지만, 그것보단  연약한 한 사람의 심리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독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이겠다.

난 전 영국 수상이었던 애덤 랭의 자서전을 집필하려고 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고스트, 대필작가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작업은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지금은 시체가 되버린 선임이 자료는 충분히 조사해주었기에 집필에 큰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그렇게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죽은 선임, 맥아라가 남겨놓은 메세지를 발견하면서 현 상황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내 안전이 우선이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걸 어떻게 해! 천천히, 조금씩, 진실에 접근하게 되었다.


요약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작품은 1인칭으로 쓰여졌다. 대필작가인 '나' 의 시점으로 상황과 심리의 변화를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대필작가일 뿐인 주인공에게 닥친 상황은 그 자신도 위험할지 모르는 정치적 음모와 사건의 미스터리였다. 만약 익숙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면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함께 겪으면서 그러한 의심은 극복할 수 있을터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게다가 1인칭으로 묘사되는 '나' 는 영웅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스트' 그냥 대필 작가일 뿐이다. 그런 그가 기대하지 않던 음모와 맞닥뜨리면서 보일 수 있던 것은 영웅의 정의감이 아닌, 일반인의 두려움이었다. 다만, 공감할만한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상황 변화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가 공감하기 쉬운 형태로 보여지기 때문에 몰입도는 좋은 편이다. 책을 처음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을 땐 이미 200 페이지를 넘어가고 나서였으니. 미스터리 소설을 즐기기 위해선 충분할 터이다.


다만,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현실적 특성을 엿보려한다면 작품의 무게를 부담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작품 속 전 수상인 애덤 랭이 누구와 흡사하다느니 작품에서 다루는 정치적 테마가 현실성을 간과할 수 없다느니 식의 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일반화된 현실성을 엿볼 수 있는 소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들여보지 않아도 이 작품이 보여주는 이야기에서 충분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에 깊이를 고려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역시 개인의 취향에 따르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든 다소 묵직함이 느껴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을것이다. 개인의 선택 문제이겠다.


작가 로버트 해리스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다.
기존에는 역사를 기초로한 팩션에 집필의 초점을 맞춘 듯 하나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넓힌 것이라는 이해도 있다. 특성에 있어선 분명 차이가 있겠으나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점도 있으니 '무엇' 보다는 '어떻게' 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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