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천보이문 아야카시 아야시 -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천보이문 아야카시 아야시/요기사 天保異聞 妖奇士 (25화, 2006)

니시키오리 히로시
아이카와 쇼
마이니치방송/애니플렉스/본즈



제목을 보면 한국어로 쉽게 해독이 불가능하다. 제목에서 작품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기에 우선 제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 하다.

천보(天保)는 에도시대 말기의 일본 연호이다 (1830~1843) 실제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때는 천보 14년, 다시 개원되기 직전이다. 이문(異聞) 은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천보이문은 '천보시대의 기이한 이야기' 로 이해할 수 있겠다. '아야카시 아야시' 는 요기사(妖奇士) 의 일본어 발음으로 요(妖), 아야카시는 요괴로 이해할 수 있겠고 기사(奇士) 는 기이할 기에 선비 사, 직역하면 어색하겠지만 이 작품 속 설정을 뒷받침해 이해한다면 작품에 등장하는 요괴들을 처치하는 자들을 일컬는다. 즉, 천모이문 아야카시 아야시는 '천보시대에 요괴를 처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 정도로 이해될 수 있겠다. - 참조 '베스트 애니메'



친절하게 설명해준 다른 사이트의 도움을 받아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하고나니 이 애니메이션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눈에 선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뭐, 단순하게 말하면 시대극의 분위기를 띈 퇴마물이다. 개인적으론 후자의 특성에 이유를 두고 관람할 수 있었지만, 혹자에게는 같은 특성으로 고개를 돌려버릴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특히나 요이(妖夷)라고 부르는 요괴들을 처치한 후 그 고기를 먹는다는 설정이 있어서 더욱 외면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표현은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지만.


이계/요이와 양학의 공통점
시대극의 배경과 다른 소재를 퓨전시킨 작품은 적지않다. 이 작품처럼 특정 시대에서 퇴마 행위를 하는 컨셉을 지닌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아니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독자적인 차별화를 위한 특성이 필요한데, 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차별화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시대극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 만큼 그에대한 적절한 증명은 필요하다. 그것은 배경이 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단순히 표면적인 것이 아닌 좀 더 깊숙한 곳에 그러한 특성을 숨겨놓았고, 결국 그 자체가 이 작품만의 차별화를 이뤄냈다고 보여진다.

천보14년, 양학이 들어오고 진보적인 특성을 지닌 이들은 그런 양학에 매료되어 적극적인 문물을 들여오고자 하지만, 그에 반해 천보 8년 모리슨호 사건이 일어나고, 시대적으로 좀 이르긴 하지만 존왕양이 사상을 가진 듯한 이들이 있어 정치적으로 마찰이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현실적인 특성임과 동시에 작품 내 설정이기도 하다. 그런 마찰은 작품 속 에피소드에도 밀접히 영향을 미치면서 캐릭터간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특정 행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특히 이계의 존재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서양문물의 특성을 서로 비교, 혼합함으로 당시의 시대적 특성을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과 어울리게 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계이고, 서양문물을 통한 정치적, 시대적 갈등은 내부적으로 갈무리되었기에 요이라는 존재와 그에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시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었다고 이해함이 좋을 듯 하다.[각주:1]



볼거리도 있다
퇴마물이라는 작품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데 그와 어울리는 묘사와 액션이 볼만 하기도 하다. 특히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고유의 이름이 있으며 그 이름을 밝혀내 표면화시키는 능력에 대한 설정은 흥미롭기도 하다. 뭐, 어슐라 K.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등장하는 캐릭터, 요이 등 모든 사물에 존재하는 이름을 상형문자의 의미로 해석해 독특하게 실체화 시키는 모습은 매번 다음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즉, 볼거리도 넉넉하다는 이야기.


하나의 거대한 테마가 마무리되었지만, 다른 소재를 통해 얼마든지 이야기를 연장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들리는 얘기론 조기종영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방영된 시간대에 어울리지 않았던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각주:2]
하지만 개인적 판단으론 괜찮은 작품이었다. 시대적 분위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겁진 않았고(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 캐릭터로 중화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눈요기를 위한 볼거리도 화려함을 컨셉으로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한 것이었다. 선택은 역시 개인의 몫이겠지.

아. 참고로 여신전생, 페르소나 시리즈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익숙히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요이(妖夷)라는 것이 요괴로 이해하기 보단 고대로부터 존재해온 신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즉, 신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는 얘기. 예로 주인공 무리에 속해있는 캐릭터들 가운데 하나는 케찰코아틀이다. (아즈텍 문명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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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이는 이계 존재를 능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요이의 고기를 먹는 행위 또한 이계에 대한 동경과 맞물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서양문물에 대한 동경과 경계가 담겨있다. [본문으로]
  2. 전편을 아우르는 하나의 테마가 마무리된 시기는 천보 14년 여름이었다. 천보14년이라는 타이틀을 오프닝에서부터 드러낸 사실도 고려한다면 한 해 동안의 에피소드를 다루려는 기획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해볼수도 있겠다. 하반기를 다루는 테마가 존재했을 수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