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희망, 인문학에게 묻다 - 맛보기가 필요하다


희망, 인문학에게 묻다 (2009)

글쓴이 : 신동기
출판사 : 엘도라도



인문학이 점점 외면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에 대응하듯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과거의 지혜가 더 이상 가치를 발하지 못하고 현재의 자격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글 역시 과거의 지혜로 회귀할 것을 권고하는 책이다. 더불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인문학에 찾자는 취지는 단순히 외침만으로 끝내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 더욱 힘을 싣고있다.



1. 인문학 출발
2. 중국고대사
3. 그리스 로마 신화
4. 성경
5. 동양철학사
6.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7. 서양철학사
8. 불교
9. 로마제국사
10.《국부론》과 《자본론Ⅰ》
11. 신자유주의의 신경제
12. 사회계약론
13. 일본사
14. 영국사
15. 한국사
16. 자연과학사
17. 인문학 이렇게 완성하자



목차를 보자.
글쓴이는 나름의 기준으로 인문학을 총체적으로 정리하였다고 한다. 1장과 17장을 제외한 15장의 내용이 그 결과이다. 뭐, 잔가지를 쳐내고 굵은 줄기와 사방으로 뻗어있는 뿌리를 보는 것 같다.
그나저나 한 권의 책으로 저 방대한 내용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인가?
실제로 내용을 들춰보면 각 주제에 걸맞게 내용을 요약한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책은 서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바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요약판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이에대해 글쓴이는 현재 인문학에 대한 관심 정도와 그에 대한 대안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우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무작정 인문학에 관심을 돌리자고 강권하기보단 즐거운 시선으로 인문학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최소한의 관심은 무지를 벗어남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긴 맞는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관심을, 그것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접근이 호기심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관심을 가질만한 계기를 갖기 위해 맛뵈기를 보여주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즉, 요약이라고 보여지는 내용은 동기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 책의 글쓰기는 쉽고 간결 명료하게 쓰여져 있다. 게다가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실과의 연계성, 영향력과 그로인한 변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기술하고 있다. 확실히 접근성도 좋은 편이고 재미를 찾아내기에도 수월하다. 여기에 간략화된 특성은 심화된 교육의 필요성까지도 자극한다.
물론 글쓴이는 단순히 맛만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진 않는다. 3단계에 걸쳐  인문학에 대한 접근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1단계가 바로 맛보기 단계. 이어서 분류해놓은  15가지 주제에 따라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심화학습하는 것이 2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토론과정을 통해 이해를 가다듬는다.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서 1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각주:1],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2,3단계를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어? 자기 강의를 홍보하고 있는 것인가? 온라인 강좌를 통해 심화단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꼭 그의 강좌를 들어서만 학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신경쓰지 말자.
어쨌든 글쓴이가 제시하는 단계별 학습법은 유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책 함부로 읽지 마라" 는 책의 리뷰를 쓸 때도 언급했지만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독서론을 아무리 설파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선 손에 책을 들려주는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효용성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글쓴이의 단계식 학습법은 그런 면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식었다는 것은 서점을 가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스펙과 프로필에 집중하는 시대의 영향 때문인가. 최근에는 '인문학도 스펙이다' 라는 뉴스가 눈에 띄는 세상인 것이다. 스펙이어야만 그 가치가 인정되는. 어찌되었든간에 인문학에 대한 평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조금의 맛보기라도 변화에 필요한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은 없다. 제목처럼 인문학에게 물을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1. 글쓴이는 1단계 과정을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서 이미 알려오고 있었단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