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함부로 읽지마라 _ 그냥 함부로 읽어라

책, 함부로 읽지마라!

최인호
밀리언스마일북스/ P.255

 

오래간만이다.
독서론에 대한 책을 보게 된 것도,
그로인해 감성적 흔들림을 느끼게 된 것도.
제목에서 느껴지는 공격성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게 된 것은 글쓴이의 감성적 글쓰기에 기분이 좋았던 탓일까?

1부 책, 이렇게 읽어라
2부 이런 책을 읽어라
3부 감상은 이렇게 해라

 

유용하다

1부에서 말하는 독서론은 인상깊긴 하지만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 이미 기존에 존재해온 독서와 관련된 여러 서적에서 지적해온 사실일 뿐이고, 일반화된 객관적 사실을 다시 한 번 들춘 것일 뿐이다. 다만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을 갖추기 위하여 과거의 책 혹은 이론과의 결합을 시도한 것은 좋은 느낌이 든다.

유용하다. 말 그대로이다.

이미 검증되었고, 유명한 독서가들이 이미 동의해온 일반화된 사실은 독서를 하기에 확실히 유용해보인다.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글쓴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자기만의 화법으로 말하고 더불어 현대인의 상황과 관점을 고려하여 적용점을 찾아주니 친절하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감상문을 공개해 단순히 읽은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의 감상에 포커스를 맞춘 글도 좋은 의미에서 참고가 될 듯 하다.

아무튼 왠지 정체되어 있는 독서력을 고민하는 독자라면 조금은 자극을 받게 될지도.

자신감은 좋지만

자극을 받는 것이 단순히 독서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글쓴이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1부를 읽어나가면서 든 생각은 ‘마치 오랫동안 교편을 잡으시다 정년퇴직하신 노년의 분께서 독서와 관련된 현 상황을 개탄하다 못해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인가? ’이었다.

보수적이었다.
옳은 이야기를 하는 화법이나, 책을 선별함에 있어서 완고한 노년의 모습을 엿봤다. 글쓴이 스스로가 독서론 가운데 ‘작가와의 대화론’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독자와 대화할 의지가 없어보였다. 책을 쥐고 있는 나는 ‘글쓴이’와 ‘독자’의 관계가 아닌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로 가르침을 주입받고 있었다. 더불어 일부 어휘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고, 독자를 차별화하는 경향도 어렴풋이 엿보인다.[각주:1] 분명 제목만큼이나 이 책이 보여주는 공격성은 농후해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은 오랜 시간동안 책과 함께해 온 노년의 의사(義士)(?)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쓴이가 너무 궁금해졌다. 어떤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혹시 다른 저서는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찾아본 결과는?
당황스럽다 못해 너무 허탈해졌다.
추천사에 ‘메가스터디’라는 이름이 있는 것에 대해 약간 의아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글쓴이가 ‘메가스터디의 스타강사’라니. 그것도 꽤 젊어보였다.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
물론 이런 것도 편견일 게다. 깨달음에 나이나 직업은 상관없겠지. 선입관에 눌려 순간 실망해버린 나의 문제이지만, 그래도 변질된 느낌과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공격적이지만 진중한 화법이 의도된 컨셉은 아니었는가? 라는 생각에 상상 속에서 펼쳐지던 노년의 진실함이 그 힘을 잃었다. 아쉬웠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마냥 유쾌하게 읽을 수는 없었다. 내 나이도 아직 젊기에 불끈거리는 마음을 달래가며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감성적으로 말하는 글쓴이의 글을 읽는 것이 꽤 즐거웠다. 유용한 지식도 지식이지만, 최근 장르문학의 기능적인 문장만을 대하다가 이렇듯 감정이 담겨 있는 문장을 오랜만에 접하게 된 것이 즐거웠다. 글쓴이 역시 오랜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쌓인 나름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것이었을 테니 그 가치를 무시할 수도 없을터. 앞서 단점처럼 지적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매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동일한 이유로 고교생들에게나 좀 더 제대로 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각주:2] 그리고 글쓴이는 특정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지만 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냥 함부로 읽으라고.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사용하였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1. 이 책은 책을 읽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글이 아닌, 최소한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다만 내공의 차이가 있는) 대상으로 쓰여졌다고 본다 [본문으로]
  2. 공격적인 성향의 화법뿐만 아니라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방법을 사용한 점, 문장의 독해수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볼 때 짧지만 힘있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