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피려나

자정을 넘어선 윤중로는 드문드문 지나치는 차량을 제외하곤 인적이 없다.
가끔 언급한 시간대에 산책로로 윤중로를 선택하곤 하는 나에게 머리 속을 정리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그 곳이 4월에 어울리지 않게 얼어있었다.
작년 이 맘 때 윤중로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고, 자정을 넘은 시간에도 화려한 꽃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시기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기온 탓인지 벚꽃은 피어날 줄 모르고 있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나마 노란색 개나리는 어렵사리 봉우리를 열었지만 날이 선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봄은 없었다.

그래도 피어나겠지.
내가 내일 점심을 뭘 먹을지 고민하는 만큼 당연하게도.
그리고.
벚꽃이 만개할 때 쯤이면 얼어붙은 마음도 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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