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다큐 미지수 _ 볼 거리, 생각할 거리

 

토요일 심야.

주말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포진되어 있는 이 시간대에 KBS2TV 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감성다큐 미지수'.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美 知 秀'

나름의 의미를 부과하여 제작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 생각보다 볼 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많다.

 

어찌보면 작년에 즐겨보았던 '30분 다큐'의 연장선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감성다큐' 굳이 붙여놓은 수식어에서 느껴지는 차별화가 보이기도 한다.

정형화된 현실의 상황이 개성과 취향, 그리고 감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다양함을 포용하기 보단 일부분만을 화면에 담을 뿐이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남은 여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남겨져 있으니 멍청하게 화면만 바라보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다양성'을 적극 어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보니 자연스레 열혈 시청자가 될 수 밖에.

 

-

2월6일 방송에서는 '부산 일상' 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포함되었는데, 그냥 평범하기만할 수도 있는 영상을 오직 DSLR 카메라와 초고속 카메라만을 사용해서 전혀 평범하지 않은 영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런. 그냥 카메라만 바뀌었을 뿐인데.

어떻게 찍을 것인지는 누구나 하는 고민이지만 사실 무엇을 찍을 것인지에 대한 것에 더 비중을 실어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어떻게' 라는 의문이 주제 자체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을터. 상대적인 의미에서 더 시선을 뺏겼다.

 

또 다른 이야기.

누구나 카메라를 갖게 된 요즘 시대에서 필름 카메라는 오히려 더 희귀해졌다.

쉽게 찍고 쉽게 버릴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서 한 통의 필름으로 셀카를 찍어라?

현상 전까진 확인할 수도 없고, 연습할 수도 없고, 골라낼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에 대한 진의를 확인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찍혀졌다. 디지털 문화를 통해서 가상의, 환상적인 체험에 익숙해진 지금, 한 통의 필름이 어떤 것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고나 할까.

 

나머지 이야기.

어느 수험생 소녀를 통해 '공부의 신' 을 찾는다!

언급하는 입시 상황에서 거리감이 느껴져 주의력이 좀 떨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소녀가 말하는 '공부의 신' 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 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언제나 소극적인 의미로만 '공부'[각주:1] 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이 작은 소녀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1. 공부 자체를 목표로 생각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고, 학교 혹은 교과서 내에서만 공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성향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