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정리

12월31일부터 그 동안의 정리를 꾀하고 있었지만 게으름을 못이겨 이제야 끄적거려본다.

말 그대로 끄적거리는 거다.

 

지난 한 해는 순탄하면서도 결코 순탄하지 않은 한 해 였다.

뭐, 개인적인 입장에서의 견해이지만.

 

 

- 읽은 것

 

만화책, 잡지, 소책자 등 기타 저작물을 제외한 출판물을 총 집계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115권의 책을 봤다.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한 책은 없다. 심지어 년 초에는 몇 달 동안 라이트 노벨만 파고들었던 때도 있었다. 읽기 쉬운 책들로 도배를 한 것이 나름 컨셉이라면 컨셉이 될지도.

 

 

그나마 한 해를 통틀어 살펴보자면 주된 장르는 미스터리다.

그 가운데 푹 빠졌던 것은 '교고쿠 나츠히코' 책이었다. 그의 궤변아닌 궤변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 끈적하지만 포근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 한 해는 '이영도' 라는 작가의 책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직 '피를 마시는 새'를 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그의 책 속에 담긴 다채로움을 즐기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와 어울리게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통해 고전적인 느낌의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의미가 있었던 듯 하다.

이외에도 아리카와 히로와 가이도 다케루의 책은 즐기는 것 뿐만아니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앤 맥카프리의 '퍼언 연대기'는 아직 전 권이 번역되진 않았지만 국내에 출판된 3권의 책만으로도 그녀가 창조해낸 세계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쓰여진지 수십년이 지난 책이지만 세대차이를 넘어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봐야했는지 고민하게 만든 기회이기도 했다.

 

 

굳이 차별화를 주자면 '장르문학'이라는 특정 문학을 편애한 것으로 드러나지만 세분화시킨다면 훨씬 더 다채로운 독서 생활을 즐겼던 같다고 변명은 해보련다. 그리고 그 가운데 유독 내 마음을 채워줄 수 있었던 작품을 꼽자면......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과 '퍼언 연대기' 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두 작품은 모두 새로운 사고를 일깨워주는 면에서 흥미롭고 즐거웠다.(물론 개인적인 면에서)

올해는 좀 더 부지런히 읽어야 할텐데 말이지.

 

 

 

- 보는 것

 

'보는 것'이라고 총칭한 것에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 모두 포함되기에 정리하기가 조금 까다롭긴 하다. 영화는 약 113편(올해만 두 번 하드디스크를 날려서 정리해놓은 액셀문서를 잃어버렸기에 정확한 계수가 어렵다), 드라마는 30편(기준은 시즌 별로, 세부적인 편 수는 계수 불가), 애니메이션은 37편(역시 세부적인 편 수는 계수 불가. 극장판 포함)을 볼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다시 보고 싶거나 기억에 뚜렷이 남은 작품을 꼽아보자면,

 

역시 으뜸은 '드래그 미 투 헬' 이 되겠다. 영화도 영화지만 '샘 레이미' 에 대한 기대치도 한 몫 했을 터. 그리고 굳이 2위를 뽑으라면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가치는 무시할 수 없는 '썸머 워즈' 가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개인 리뷰일 뿐이지만 그것을 쓰기 위해선 몇 차례 다시 보기 전에는 섣불리 키보드를 붙잡지 않겠다는 심정을 일으킬 정도 였으니, 가히 대단하다고 여겨진다.(이에 비하자면 지난해 최고의 블럭버스터라고 불리워질 '트랜스포머 2', '터미네이터 4', '아바타' 같은 영화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물론 상대적인 의미에서.)

 

질문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영화는 저 두 편 정도이지만, 더 언급하자면 '디스트릭트 9', '나인', '스크리머스' 도 좋은 영화였다.

애니메이션 중에선 '도서관 전쟁', '블래스레이터', '톱을 노려라', '역경무뢰 카이지', '창궁의 파프너',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동쪽의 에덴' 이 작년의 기억을 만족스럽게 느껴줄 증거였다. 그 가운데 굳이 뽑으라면 아주, 아주 미세한 차이로 '동쪽의 에덴' 을 떠올릴 듯 하지만.

 

드라마에선 기존 시리즈를 즐기는 정도였지만 국내 드라마 중 '시티 홀' 은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느낌을 전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최악을 뽑으라면 전지현 주연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가 될 성 싶다. 쳇.

(아! 맞다. G.I 조가 있었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G.I 조 보다는 위의 영화가 조금 더 낫다)

 

 

 

주관적인(취향이나 방영 시기를 깡끄리 무시한 형태의) 형태의 선별 혹은 추천이지만 개인 블로그의 공간 속에서 쥔장이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랴. 그냥 내 취향이 이렇다는 것을 되새기고 알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리고 1월6일 현재, 지난 것들에 대한 되새김은 더 이상 없을 것이고, 기대하는 것은 좀 더 머릿 속을 가득채워 줄 경험에 대한 것 뿐이다.(이 얘기는 지난 해의 문화적 경험에 대한 만족도가 그다지 높진 않았다는 언급일지도)

 

 

 

 

 

 

 

게으름을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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