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추리영역 _ 구색만.

4교시 추리영역 (2009)

 

감독 : 이상용

각본 : 신동엽 외

 

 

우수한 학생으로 알려져 있는 정훈은 평상시 자신과 마찰을 빚어오던 태규가 교실 내에서 살해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의 상황으로는 살인용의자로 유력한 정훈. 그런 그가 평상시 미스터리 소설에 심취해 있는 다정과 함께 40분 내에 진짜 범인을 찾기위해 학교 내를 달리기 시작한다.


 

과거 어느 영화에서도 '두뇌게임' 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홍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두뇌'는 없고 '게임'만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 또 뻔뻔스럽게 '리얼타임 두뇌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영화가 나와버렸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던데, 이 영화는 어떨지?

 

 

구색은 갖추고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유력한 용의자가 진짜 범인을 추적한다는 컨셉은 추리영화라는 특성과 잘맞아떨어진다. 주어진 여러 단서를 조합, 해석하여 상황을 전개시키는 것은 '두뇌게임'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부적절하진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왠지 뜬금없어 보이는 장면들도 사실은 단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 장르적 특성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각주:1]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는 것은 40분 남짓으로 주어진 제한된 시간이다. 4교시 체육시간, 가장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점찍힌 정훈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알기 전, 즉 4교시 내에 진짜 범인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었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관객의 몰입을 돕는 괜찮은 설정으로 보인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후반부의 도서관 추격씬은 제법 볼만한 정도. '리얼타임'이라는 하나의 설정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구색만 갖추고

'두뇌게임'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틀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그 틀을 구성하고 있는 플롯은 매우 단조롭다. 정훈과 다정이 주어진 시간 동안 한 일은 무엇인가? 교내 전원에게 문자를 돌리고, 교무실 서랍을 뒤지고, 죽어라 도망치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매우 어이없게 등장하는데, 영화초반 현장 검증을 조금 더 철저하게 했다면 쉽게 밝혀질 수 있는 것이었다. 다정은 미스터리 마니아인 만큼 현장에서 지문을 뜨고, 사진을 찍는 등 현장 검증을 철저히 하는 모습을 연출하였는데 결과적으로보면 아무런 의미없는 행동이었을 뿐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 주연 캐릭터가 추리하는 연출은 빈약하고 얄팍한 느낌이다.

 

다만 조금 더 고려할 수 있는 문제는 캐릭터가 끌어가는 내러티브가 아니라 관객에게 주어진 단서에 대한 가치이다. 초반부터 관객에게만 주어지는 몇 몇 단서들이 있지만 그런 단서들의 조합이 논리적인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결과를 안 이후 그 의미가 변화하는 것이기에 사실 상 관객들로 하여금 논리적인 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제공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살인사건이 왜?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를 개연성있게 보일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삽입된 장치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

 

 

이런 장르 영화가 나와주는 것은 반갑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현실은 좀 안타깝다.

기대치를 올려놓는 홍보도 홍보지만. 휴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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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의 출처는 네이버 영화.

 

 

 

  1. 다만 극중 캐릭터를 위한 단서가 아닌 관객을 위한 단서이지만. 내러티브의 타당성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 뿐이라고 봐도 좋을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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