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타마코 _ 흐려진 경계

달려라 타마코 (Princess in an Iron Helmet, 2006)

 

감독 : 신도 카제

각본 : 신도 긴코

 

 

한 소녀의 성장과정을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내었다.

특히 판타지적인 특성을 직설적인 표현으로 연출한 것은 꽤 인상깊다.

 

타마코는 주위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항상 헬멧을 쓰고 다니며 익숙하고 안전한 장소만 다닌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일진월보당'에서 만드는 꿀빵이었다. 매일 먹는 꿀빵이지만 질리지도 않고 오히려 갇혀있는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동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진월보당'이 문을 열지 않은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된다. 꿀빵을 대체할만한 다른 빵들을 맛보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유일한 행복을 되찾기 위해 머뭇거리던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데......


진정한 적은 환경

어렸을 때 물에 대한 공포가 생기고, 자신을 지켜줄 것 같았던 아버지가 박스에 가둬둔 채 떠났을 때 타마코는 자신 이외의 것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자연스레 두려움이 앞서고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린 그녀에게 유일한 위로는 오랫동안 먹어온 꿀빵 뿐이었다. 변하지 않고 익숙한 맛을 보여주는(이 점은 고전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제과점, '일진월보당'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꿀빵은 그녀가 유일하게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것. 더 나아가 갇혀있는 마음을 풀어내어 우주 저 끝까지라도 갈 수 있을 듯한 해방감을 주는 것 또한 가능했다. 그런 그녀에게서 꿀빵을 뺏는 것은 인생을 송두리채 빼앗아 버리는 것과 같았으리라. 결국 스스로 믿지못하던 환경에 의해서 그녀는 또다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자의로 선택한 것으로 보여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떠민 것은 역시 환경이었으니 여전히 환경은 그녀에게 가혹한 것이었다. 심지어 가족마저도.[각주:1]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자의든 타의든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타마코가 꿀빵을 계기로 변화하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이지만(어쨋든 한 소녀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니까) 변화하게된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의미있는 영화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마코의 성장과정을 판타지적인 특성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데, 단순히 몽상적인 연출을 꾀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느낌, 혹은 은유적인 표현을 마치 현실적인 양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주된 초점이다. 예를들어 변화하기 전의 타마코는 마치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정신적인 폐쇄 상태에 있었던 것인데 그런 상태를 극복하는 계기를 표현함에 있어서 실제로 길거리의 구덩이에 빠져서 힘겹게 빠져나오는 것을 직접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표현의 대상은 타마코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주된 인물들은 전부 그와같은 연출에 동참하고 있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독자적인 매력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느낌이 세련되기보단 다소 투박하고 억지스러운 여운을 주지만.

 

 

타마코를 버린 아버지이지만 가족들 중 진심어린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아버지였다. 물론 소통하는 느낌보단 그냥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유사해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듯 하다. 그렇게 남다른 감성을 토해내던 타마코가 헬멧을 벗어던지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미리 선례를 보여준 아버지의 영향이 컷으리라.

 

성장영화답게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이 영화는 타마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적절하면서도 흥미로운 장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연출과 편집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투박하고 매끄럽지 못한 느낌은 곤란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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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는 타마코를 비추면서 자연스레 그녀의 가족 또한 화면에 담고 있는데 평범하지 않은 타마코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대화를 이루고 있는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버렸으며, 어머니는 타마코를 좋아해 쫓아다니던 동자승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버리고, 남동생은 어머니의 친구를 동경해 버스안내양(?)이 되어버린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과 시선에만 관심을 두고 타마코를 바라보지 않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