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 조 _ 먹을 것 없는 잔치상

 

G.I. Joe : The Rise of Cobra

 

감독 : 스티븐 소머즈

각본 : 스튜어트 베티 외

 

 

배우 이병헌이 조연으로 등장한다고해서 널리 알려진 작품. 실제로 홍보하는 유형을 보니 그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G.I. Joe (이하 지아이조)는 국내에선 완구로 유명했었고, 감독인 스티븐 소머즈에 대해선 '미이라 1,2편'을 좋아했기에(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레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조금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뒤통수를 때릴 줄이야.

 

나노 기술을 활용, 모든 것을 갉아먹어버리는 무기가 발명되었다. 그리고 이 무기의 수송임무를 수행하던 듀크는 정체모를 집단으로부터 습격을 받고 무기를 분실하게 된다. 그에대한 책임감을 느끼던 듀크는 비밀엘리트 군사집단인 '지아이 조'에 합류하게 되고 못다이룬 임무를 완수하려 한다. 그러던 가운데 적이라고 판명되는 집단에 자신의 옛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미사일 회수작전 + 애인구하기의 두마리 토끼를 쫓게 된다.


역시 단순하다

액션영화답게 내러티브는 무척 단순한 편이다. 그 내러티브를 채우기위한 사건만 있을 뿐이지 즐길만한 이야기거리는 별로 없다. 엉성한 액션영화들이 으례 듣곤 하는 혹평을 이 영화 역시 듣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는 '시리즈로 구성된 영화를 이제 1편 보고서 이야기가 부실하다고 평 할 순 없는 것 아니냐, 드라마 1편보고 이야기가 부실하다고 말하는 것이랑 뭐가 틀리냐' 고 말한 모양이다만 바보같은 이야기다. 영화와 드라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한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영화는 드라마와 다르게 연속성을 지닌 차기작이 예정되어 있다고 해도 각 편 마다 독자적인 서사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드라마처럼 짧은 시간 내에 연속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하고 시리즈를 구성하는 각 편이 애초에 독자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3부작으로 계획하고 촬영한 '반지의 제왕'의 경우 각 편 마다 관객의 평과 흥행여부는 모두 다르다. 이야기의 연속성을 논하기에 앞서 각 편이 남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각 편 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도 독자적인 구성을 표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네이버에서 어떤 멍청한 댓글을 보고 대신 답해본다)

 

어쨌든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관심을 가질만한 가치가 없다. 액션적 가치가 먼저 존재하고 그것을 표면화시키기 위해서 이야기를 덧붙인, 혹은 기워낸 느낌이라면 적당할런지.

 

 

액션마저도?

이 영화를 선택하게된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완구에 대한 향수가 주된 것이 될 것이며, 그 때 기억하는 캐릭터들이 화면 속에서 날고 뛰는 모습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았던 이유는 그런 액션을 기대한 것이기에 사실 내러티브의 단순함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지 관람하는데 있어서 큰 불편함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뒤통수를 맞았다! 라고 느낀 것은 역시나 기대했던 것에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랄까? 물론 고민하지 않는 영화는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 이뤄지는 액션 연출은 무성의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영화는 액션 조차도 무척 단순한 편이다. 신기한 도구들을 사용하기는하나 그렇게 보여지는 액션리듬은 단조롭다. 대표적인 예는 아무래도 파리에서의 추격씬. 이 영화에서 굵직한 액션 씬 가운데 하나인(예고편에서 인용될 정도로) 이 추격씬은 액션에 대한 오해가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에펠탑을 향해서 도망치는 코브라 팀과(정확하게는 '코브라'라는 팀의 명칭이 정해지기 전이지만) 그를 쫓는 지아이조 간의 리듬은 긴장감을 자아내기보단 획일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수하게 파괴되는 기물들을 보노라면 '액션=파괴' 라는 잘못된 공식으로 만들어진 장면이라 생각된다. 분명 파괴행위가 액션의 스케일을 돕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초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지 주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추격씬은 주(主)와 부(附)가 바뀌어버린 느낌이다. 분명 다채롭지 못하고 파괴행위만 남은 이 장면을 좋은 액션 씬이라 말할 순 없겠다.

 

이병헌이 쓰던 이도를 붙일때는 식겁했다

 

더불어 또 하나의 굵직한 액션 장면은 역시나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해저기지습격장면(?)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액션은 스네이크 아이와 스톰쉐도우와의 대결장면.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관객이 적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대결장면은 과거 어떤 영화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제한된 공간, 일도와 이도의 대결, 죽은 사부를 연상하면서 이뤄지는 복수, 등...그렇다. 이 장면은 스타워즈 EP1 에서 오비완과 다스몰의 대결과 너무나 닮아있다. 심지어 다스몰이 죽는 장면과 스톰체이서 죽는 장면은(죽었을 것이라 생각되진 않지만) 똑같다! 처음엔 감독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오마주 같은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액션을 통째로, 심지어 배경 상황까지 그대로 닮아버린(콰이곤 진을 죽인 다스몰과 오비완의 대결과 사부를 죽인 스톰쉐도우와 스네이크아이의 대결) 이 장면을 단순 오마주 혹은 패러디로 치부하기가 어려울 듯 싶다. 그냥 통째로 들어 옮긴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듀크가 구출한 애인과 잠수정을 타고 추격씬을 벌이는 장면은 밀레니엄 팔콘을 연상시키고, 해저기지의 강력한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장면은 스타워즈 EP4. 에서 루크가 엑스윙을 타고 데스스타에 접근하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이없는 액션연출을 접하니 영화를 보면서도 할 말을 잃었다.

 

 

액션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던 영화에서 이런 점들을 느끼고 나니 만족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버렸다. 결국 내가 내린 판단은 올해 최악의 영화 중 하나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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