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상태

몇 일 동안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3개의 하드디스크 안의 모든 것을 날려먹었다.

 

 

...

예전 블로그를 날려먹은 것이 불과 두 달전. 그리고 이전 하드디스크 안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다니. 3년전 쯤 지금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억장이 무너지진 않았다. '그냥 다시 시작하지 뭐.' 라는 생각과 함께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3년 뒤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방심했던 것일까.

사용하는 하드디스크 3개를 각각의 파티션으로 잡아서 하나의 파티션을 시스템 용으로 사용해왔기에 윈도우를 다시 깔고 하는 작업은 다른 파티션에 전혀 영향을 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항상 예상을 깨고 접근하듯이 지금의 불행 또한 짐작하지 못한 형태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방비의 나는 여지없이 당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침착하게 대응했을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듯 싶다. 확인할 순 없었지만 유용한 다른 방법이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당황스런 상황에 적응할 수 없었고 결국 어리석은 결과가 나와버렸다.

 

지금은 조금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지만 수년간 쌓아온 문서자료를 비롯해서 최근 수 개월 동안 공을 들여온 어느 작업을 백지화 시킨 것은 정말 치명적이었다. 물론 모두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다시 시간을 들이면 어느 정도의 복구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지난 시간들, 앞으로의 시간들, 그 동안의 노력, 앞으로 기울여할 노력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득해진다. 휴우.

 

수 일 간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그래서 이 보금자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답글을 기다릴 수 있는 이웃에 대한 예의로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그냥 만사가 귀찮고 꼴보기 싫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상태. 뭐,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다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할 문제만 남은 것이겠지. 그냥 그렇게 하면 될거다. 그래도 여전히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을 주고 하드디스크를 복구하자니 여유도 없고 잃어버린 것의 가치가 지불해야 할 돈보다 더 가치있는 것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니 시도해보고 싶진 않다. 게다가 지금의 시스템을 되살리는 과정 중 수차례 파티션을 날리고 생성하고 포맷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역시나 새로운 출발만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터. 수긍하는 수 밖에.

 

 

으아아아아아아!!!!

 

'사는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 2009.08.18
간만의 인사  (0) 2009.08.10
올레!  (2) 2009.07.25
물벼락을 보고, 맞고.  (2) 2009.07.25
이젠 문제도 아니지  (2) 200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