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쿠우가 - 속았다


가면라이더 쿠우가 (2000, 49화)

감독 : 이시다 히데노리
각본 : 이노우에 토시키


어렸을 때 '가면라이더' 와 같은 특촬물은 당시 유행하던 미니백과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한 권에 500원 하던 손바닥만한 크기의 백과를 통해 알게 된 정보는 막연한 동경만을 남겨놓을 뿐이었다. '우뢰매' 와 같은 영화를 통해서나마 그에대한 갈증을 잠시 해소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만족스럽다고 할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좋아지다보니 국내에서 방영되지 않거나 구할 수 없는 드라마들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접하게 된 과거의 동경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나를 온전히 충족시킬 순 없었다. 물론 내 정신연령이 그 때 그대로 멈춰있지 않는 이상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하지만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구성을 좀 달리하고 특수촬영 대신 발전된 CG 를 이용했다 뿐이지 현재 변신로봇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본질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가면라이더 쿠우가' 였다. 흔히 '쇼와 라이더'와 '헤이세이 라이더' 로 분류한다길래 어렸을 때 기대했던 것은 '쇼와 라이더' 로 분류하는 것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가면라이더 팬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기준점은 비주얼인 듯 해서 분류의 기준점이자 2000년에 방영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 단순 아동용 특촬물로 분류하기엔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어느 유적을 탐사하던 중 탐사대가 모두 몰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사람들을 습격하는 상황이 발생되었고, 유스케(오다기리 죠 분)는 우연히 유적에서 발굴된 벨트와 접촉한 이후 가면라이더 쿠우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유스케는 밝혀지지 않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을 계속해서 습격하는 존재들과 싸우게 되는데......


오다기리 죠가 연기한 주인공 유스케는 무척 단순한 형태의 캐릭터이다. 성격은 낙천적이고, 정의감이 투철한, 딱! 아동용 특촬물에 어울릴만한 그런 타입의 캐릭터이다. 감정이 다채롭지 못하거나 표현이 약해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면라이더' 라는 드라마의 특성(다른 특촬물에 비해 다소 어둡고 고뇌할 줄 아는 주인공의 모습에 비중이 실려있다)을 반영하듯 상황을 진행하니 아동용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발견하게 되는 흥미로운 점은 '미스터리'를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유적' 과 관련된 미스터리서부터 계속 사람들을 습격하는 존재들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인 흥미를 자극한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씩 밝혀지는 과정을 통해 성인들이 즐기기에도 꽤 쓸만 한 것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미스터리의 진행이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시청자의 입장을 동기화시킨 상황으로 이뤄지니 나름 흡인력있는 진행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오히려 이런 특성이 뒤통수를 치게되니, 다름아닌 벌려놓은 것을 수습하지 않고 끝내버렸다는 것이다. 궁금증을 자아낼만한 것들을 잔뜩 늘어놓더니 해답을 주지않고 막을 내려버렸으니 허탈함을 느끼다 못해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밝혀지는 것은 답이 아니라 답을 향한 또 다른 단계였을 뿐)
애초에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디테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인지 원.

사실, 가면라이더를 필두로 한 여타의 특촬물을 다른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애초에 겨냥하는 바가 틀리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재미있게 볼려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의 기본 자세가 될 것 같다.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던 차에 접하게 된 이 작품은 아직 특촬물을 즐기기위한 기본 자세가 안되었던 것 같다. 당연히 만족도는 떨어졌을 것이고. 어렸을 때의 막연한 동경과 기대로 접근하는 것은 안일했던 것 같군.

물론 여전히 흥미와 관심이 있다.
바로 다음 작품인 '가면라이더 아기토' 도 곧 감상할 계획이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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