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만을 바라보는 인간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1999)

작가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 열린책들


작가는 데뷔작에서 부터 항상 밝혀지지 않은, 상식적이지 않은, 비어있는 소재를 다뤄왔다.
개미의 일상에서부터 사후의 삶, 뇌의 역량, 그리고 이제는 인간의 선조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무래도 현실 속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을 다루다보니 미스테리 장르와 궁합은 잘 맞는 편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도 살인사건과 관련된 미스테리와 미싱 링크와 관련된 숨겨진 진실을 적절히 조합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냈는데...

작품 속에서도 지적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오늘날의 인간에게 있어서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뒷받침 하기위한 거름이 될 뿐이지 그 자체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취향에 따른 좁은 의미일 수 있으며 인간과 그들의 관계에 주된 초점이 맞춰있다보니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그점은 현재의 교육과도 관계가 있을것이다. 인류의 탄생과 관련하여 공식적인 교육과정은 우연을 기반으로 한 진화론을 가르치며 대부분 살아가면서 그냥 인류가 원숭이에서 왔대~라고생각하고 자신의 삶에서 비중을 크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 독자를 대상으로 이 작품은 미스테리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호기심을 끌어낸다. 뉴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 가운데 언제나 개인의 관심을 끌어온 미해결 살인사건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끌어모으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극적인 정보의 노출을 앞두고 긴장의 끈은 점점 느슨해지는 듯 하다. 구조적인 문제도 아니고 캐릭터의 문제도 아니고 (이지도르는 항상 무언가 새롭고 신비한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캐릭터의 이미지 자체가 그러하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잡은 소재의 문제가 아닐까싶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 조상이 누군지 관심없다니깐. 정말 의외의 존재라면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과는 상충되는 것이기에 잠시의 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 뿐이겠지. 작품 속에선 다소 억지로 갈등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어느 업체를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단순히 나라는 개인과의 연관성을 따져서 흥미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게 따지자면 이 작품 외에도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나에게서 외면받겠지. 그것과는 다르게 너무나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 거리감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 적응하기 어려운 그런 것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작가가 풀어가는 미스테리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극적으로 몰아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뭐, 살인사건은 물론 납치사건도 나오고 주인공 남녀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가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밋밋한 편이다. 작가의 이름이 나타내는 가치는 스릴보다는 상상력에 있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이 작품도 흥미있는 상상력을 보여주지만 (더불어 나름 작가의 사설을 지원해주는 무수한 DB! 이것이 작가로서 진정한 가치를 나타내는 부분) 다른 작품에 비해서 덜 궁금한 상상력이었다는 것 뿐.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로서의 입담은 여전하다.
늘 그의 책을 봐왔던 사람이라면 능히 만족하며 읽을 수 있을것이다.


확실히 문화도 유행을 거스리지 못하는건지.
출판되지 10년이 넘은 책을 이야기하자니 왠지 민망하네.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약간은 의식이 되네. ㅋ
언제나 최신의 정보를 요구하는 환경은........인터넷 때문이군.
게으름도 죄악이라고 하니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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