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시작일 뿐이다

 

터미네이터 4 -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2009)

 

감독 : 맥지

각본 : 마이클 페리스/ 존 D.브란카토

 

 

1984년 시작된 시리즈는 제작 당시 받았던 과소평가와는 달리 엄청난 놈으로 성장했다.

애초에 시리즈로 계획하지도 않았던 터, 초짜들의 의외의 성과는 2009년 현재 배다른 자식을 낳아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결과는?

 

엄마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씨다

미래에서 과거로 온 암살자에 쫓기던 이야기는 3편으로 끝냈다. 3편의 결과를 보면 그런 결정이 당연했으리라.

또 다른 3부작을 기획한다는 취지 아래 시점은 과거에서 미래로 향했다. (시점의 중심에 마커스가 있는 것은 과거의 그가 갑작스레(마치 T-800 이 미래에서 과거로 온 것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에 등장했기 때문일지도) 심판의 날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맞이하게 된 인류의 파국. 그 중심에 존 코너가 있을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그리고 이전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투톱진행을 유지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존 코너의 파트너로 마커스를 지목했다. 다만 기존처럼 단순한 형태의 협력관계를 묘사한 것이 아닌 표면적으론 갈등을 이루는 관계로 포장함으로 캐릭터간의 관계를 좀 더 다채롭게 표현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서사를 가지게 된 본 시리즈는 전작들의 단순한 구조, 즉 쫓고 쫓기는 관계를 벗어나 다른 틀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기대하던 것이기도 하다.

이것뿐만 아니라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이뤄지는 여러가지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시대적 배경이 달라짐으로 오게되는 차별화도 있을 것이며, 감독이 바뀜으로 인해 오는 차별화도 있다. 배우에 의한 차별화, 스토리의 구조에 따른 차별화 등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작품이지만 당연히 전작들과는 다른 작품이다.

하지만 결국 터미네이터라는 점은 같다.

다르게 표현하고 보여주려 하지만 예정되어 있는 미래를 다루고 있는 이상 전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며 오히려 전작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오마쥬로 활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짓게 만들고 있다. 트럭과 바이크간의 추격전, 유명 대사의 활용, 기존 OST의 삽입 등 전작의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깍지 낀 손처럼 말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말하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식의. 단순 오마쥬가 전체적인 구조에 어떤 의미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감독은 직설적으로 설득하고 싶은 듯 하다.

'자기가 만든 자식도 같은 가족인거라고'

조금 유치해보이기도 하지만 애교로 봐줄만 하다.

그래. 인정해본다. 너는 한 아버지의 배다른 자식이라고.

 

서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

하지만 4편에 이르러 암울한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 작업 환경은 전작들보다 상당히 불리하다. 왜냐하면 기존 작품들로 인해 변화할 수 없는 미래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작들에서 상당 수의 정보를 이미 다 노출하였으니 그에대해 입은 맞춰줘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정보로인해 결과마저 예측이 가능하니 더 문제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카일 리스의 존재다. 카일 리스의 존재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존 코너의 주된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유인즉슨 카일 리스가 스카이넷에게 납치되었기 때문이다. 1편에서 그가 존 코너의 아버지로 설정된 이상 그가 죽으면 존 코너도 없고, 현재의 터미네이터와 인류의 관계도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전작의 설정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결과다. (각본가는 이점을 이야기의 갈등요소로 활용했으며 주인공의 언행에 개연성을 부여했지만 그에따른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웃기게도 갈등의 주체가 되고 있는 플롯이 오히려 긴장감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어버려서 문제다. 1편의 설정으로 인해 목적이 설정되었지만, 역시 동일한 이유로 카일 리스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관객은 쉽게 알아버리게 된다. 결정된 미래에서는 카일 리스가 살아서 과거로 가기 때문이지. 관객은 목숨이 위험한 단계에 이르른 카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모순점을 같이 떠안고 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이 시리즈가 어쩔 수없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상의 부실함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이 작품의 더 큰 문제와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킨다.

그것은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존 코너와 마커스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반 이후 마커스와 만나기 전까진 존 코너는 주요한 목표가 없다. 그냥 터미네이터에 대항하여 이기자는 것 뿐이다. 생존만이 목표가 되고 있는 상황은 사실 매력적이지 못하다. 전작에서 그 요소가 긴장을 야기시키는 주된 요소로 잘 활용했지만 쫓고 쫓기는 설정에서 오는 것이었지 지금처럼 달라진 상황에서는 별의미가 없다. 그리고 마커스 또한 후반에 가서야 자신의 존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밝혀지기 때문에 그때까진 얘가 왜 이렇게 날고 뛰는지 그 이유를 모른채 관객은 그냥 끌려가게 된다.

뚜렷한 목적과 동기없이 흘러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초반에 그런 점들을 뚜렷하게 제시하는 것은 시나리오 작법 가운데 필수이지만,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잡아놓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이 영화는 초반에 강렬한 액션씬을 배치함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놓는데 성공한 듯 하다. 액션, CG, 호기심을 자극하는 개체들(터미네이터) 을 통해 주된 매력을 발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

캐릭터성과 캐릭터간의 관계에 관련된 특성들이 알파로 생각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흥미를 자극할 만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얘도 영화 상에서 흥미를 자극하는 주된 요소?

 

 

3부작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아마도 다음 편은 카일을 과거로 보내는 문제로 고생깨나 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짐작되지만.

아직까지 기계와 인간의 대치된 관계에서 벗어날 단계는 아니니 전체적인 흐름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해할 순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그 사이의 에피소드만이 언급되었을 뿐이지만.

차근차근 전체적인 구조를 밟아가는 단계려니 생각하고 우선은 액션 영화로써의 가치는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다음 작품에서 과거를 고치려는 노력을 다루고 마지막 작품에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내러티브의 흐름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치중하여 관람하는 것이 좀 더 나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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